이민호 "20대 로코 답습 NO..40대엔 '어른 섹시' 보여주고파"
배우 이민호가 '암살자(들)'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앞세우기보다 시대와 인물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선택을 했다.
11일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영화 '암살자(들)'(감독 허진호)의 배우 이민호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영부인 저격 사건을 둘러싼 의혹과 배후를 추적하는 이야기다.
이민호는 현장을 직접 발로 뛰며 사건을 카메라에 담아내는 패기 넘치는 신입 기자 '영일' 역으로 분한다.
Q1.'암살자(들)' 작품을 선택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
이민호는 작품을 만나기 전부터 해당 사건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사건을 접한 뒤 유튜브나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등에서 언급된 방송을 찾아본 적이 있다"며 "그러고 나서 대본을 받았는데, 저에게는 흥미로운 사건과 소재였다"고 말했다.
이어 "사건의 타임라인을 좇아가는 인물들로 재해석해놓은 대본이라는 점도 매력적으로 느껴졌다"고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극 중 영일은 유복한 집안에서 자란 신입 기자다. 자칫 과장돼 보일 수 있는 설정을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것도 이민호에게는 숙제였다.
그는 "사석에서 귀티가 난다는 이야기를 좀 듣기는 한다"고 웃으며 "저는 어느 자리에 있든 특출나게 눈에 띄려고 하지 않는 편인데, 그런 제 모습이 극 중에서는 다소 과할 수 있는 설정을 담백하게 만들어주는 지점이 아닐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본만 봤을 때는 자칫 과하게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어떻게 하면 설득력 있게 풀 수 있을지 고민했다"며 "영일은 자신의 백그라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줄 아는 인물이어야 한다고 봤다. 그래서 조금 더 자유로운 면으로 표현되지 않았나 싶다"고 덧붙였다.
외적인 모습에 대해서도 고민이 있었다. 이민호는 "얼굴 붓기가 왔다 갔다 하면서 장면 연결이 튀는 지점이 있어서 고민이 많았다"며 "드라마를 할 때처럼 체중을 확 빼면 오히려 멋을 부리는 것처럼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느 정도까지 슬림하게 가야 할지 고민했다. 덜 힘든 날 촬영한 장면에서는 얼굴이 조금 부어 있고, 뛰어다니는 장면에서는 좀 더 슬림하게 보이기도 하더라"며 "이번 작품에서는 외적인 부분을 크게 신경 쓰기보다는 인물과 시대에 잘 묻히는 데 집중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이민호에게는 '스타 이민호'보다 '영일'로 보이는 것이 중요했다. 그는 "잘 묻혀야 한다는 개인적인 우려가 있었다"며 "촬영하고 모니터를 했을 때 '마음 놓고 해도 되겠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털어놨다.
현장에서는 선배 배우들의 존재도 큰 힘이 됐다. 이민호는 "선배님들의 안정감을 느끼면서 저도 편안하게 연기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선배님들이 질문을 정말 많이 해주셨다. 제 생각을 물어봐 주시고 이야기를 들어주셨던 게 기억에 남는다"며 "커피차도 많이 와서 커피 드실 때 특히 좋아해 주셨던 것 같다"고 웃었다.
Q2.최근 몇 년간 로맨스가 있는 작품보다는 다소 무거운 분위기의 작품을 선택하고 있는데?
최근 이민호의 필모그래피에는 분명한 변화가 엿보인다.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으로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왔던 그는 최근 '파친코', '전지적 독자 시점', '암살자(들)' 등 한 인물보다 이야기 전체와 여러 캐릭터의 관계에 무게가 실린 작품을 연이어 선택하고 있다.
이민호는 "한 5년 동안은 '로코는 하지 않는다'는 게 기본적으로 있었던 것 같다"며 "한 인물이 부각되는 작품보다는 이야기가 우선시되고, 여러 배우에게 포커스가 돌아가는 작품을 위주로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로맨스를 완전히 떠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의 나이에 맞는 사랑 이야기를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이민호는 "허진호 감독님께 '마지막으로 한 작품을 하신다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냐'고 여쭤본 적이 있는데 멜로라고 하시더라. 결국 사랑은 마지막까지 가져가야 하는 이야기인 것 같다"고 떠올렸다.
그 역시 사랑이라는 소재에는 여전히 큰 매력을 느끼고 있으면서도 "이제는 20대 때처럼 첫눈에 반하고 불꽃같이 사랑하는 이야기보다는 조금 다른 종류의 사랑을 해야 할 시기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어 "청춘을 대변하는 로맨틱 코미디보다는 지금 나이대에 할 수 있는 로맨스, 지금의 제 정서를 담을 수 있는 로코여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며 "20대 때 했던 로코를 그대로 답습한다면 저에게도 새로운 에너지가 나오지 않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사랑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 하게 될 것 같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크고, 가장 강한 힘을 가진 소재라고 생각한다"면서
"내년이면 40대고, '어른 섹시' 역할을 맡고 싶다. 저도 내년부터 고민하고 만들어가야 한다. 캐릭터도 화초 같은 느낌보다는 잡초 같은 역을 많이 하게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Q3.지난해 개봉한 '전지적 독자 시점' 이후 약 1년 만의 스크린 컴백이다. 이전 작품은 기대에 비해 다소 아쉽다는 평가가 많았는데?
이민호는 지난해 7월 개봉한 '전지적 독자 시점'(106만 명) 이후 약 1년 만에 '암살자(들)'로 스크린에 컴백하게 됐다.
그는 이날 '전지적 독자 시점'에 대한 아쉬움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민호는 "사실 큰 기획 안에서는 유중혁과 김독자가 만나면서 독자가 유중혁화되고, 유중혁이 독자화되는 지점까지 표현하고 싶었다"고 아쉬움을 표현하며 "두 번째 이야기부터 관계가 더 깊어지고 얽히고설키는 내용이 나오는데, 거기까지 표현하지 못한 건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전지적 독자 시점'은 한국을 대표하는 IP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며 "어떤 방식으로든 소생이 가능하다면 저도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한편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영부인 저격 사건을 둘러싼 의혹과 배후를 추적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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