パク・ジファン「一生懸命走る4位になりた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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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부터 '범죄도시2',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영화 '한산: 용의 출현'까지. 배우 박지환은 올 한 해 열심히 달려왔고, 매번 예상치 못한 새로운 모습들을 보여주며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했다. 박지환은 메달권에서 벗어나더라도 열심히 달리는 4등이 되고자 한다.
'한산: 용의 출현'은 명량해전 5년 전, 진군 중인 왜군을 상대로 조선을 지키기 위해 필사의 전략과 패기로 뭉친 이순신 장군과 조선 수군의 '한산해전'을 그린 전쟁 액션 대작.
박지환은 조선이 운명이 달린 거북선을 설계한 장수 나대용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그는 어떻게든 이순신 장군을 도와 조선의 승리를 일구겠다는 일념으로, 끝까지 파고들어 거북선의 완벽한 설계를 완성시키고자 하는 나대용 장수의 근성과 패기를 생생하게 묘사했다.
박지환은 "제가 영화 '봉오동 전투'에서 일본군 장교로 나왔는데 시사회를 하고 김한민 감독님이 절 부르셔서 얘기를 좀 하자고 하시더라. 감독님께서 거북선을 만드신 나대용 장군 역을 제안하고 싶다고 하시더라. 몇 개월 후에 시나리오가 와서 읽어봤는데 이걸 왜 나한테 주는지 의아하긴 했다"며 "감독님께서는 '봉오동 전투'를 보고 저 사람한테 맡기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시더라"라고 밝혔다.
이어 "분량의 문제가 아니라 제가 그동안 맡아왔던 인물에 비해 너무 큰 인물이라는 생각을 했다. 몸이 떨릴 정도로 두려운 마음도 있고, '이 인물을 연기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박지환은 나대용 역을 연기하기 위해 답사를 시작했다. 그는 "촬영 전 짐을 싸서 나대용 장군님의 후손들이 모여서 제사를 지내는 곳을 찾아가기도 했다. 후손들에게 '이분에 대해서 배우고, 더 알고 싶어서 왔다. 한산도 대첩에 대한 영화가 나오는데 거기서 나대용 장군님 역할을 맡았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저한테 관련된 책도 보내주시고, 거북선에 대한 훌륭함을 얘기해 주셨다"고 밝혔다.
이어 한산도에도 방문해 머무르며 한 달 반가량 나대용이라는 인물을 마음으로 느끼려고 했다는 박지환은 "거북선에 대해 과학적인 진실보다는 영감이나 기운을 느끼고 싶었고, 또 이 인물을 연기하기 전에 예의를 갖춰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찾아뵙고, 여수에 있는 산소 앞에서 장군님께 '저한테 얼굴만이라도 보여달라'라고 사정하기도 했는데, 그러지는 않으셨다"고 털어놨다.
그는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가지지는 않으려고 했다. 더 많이 상상하고, 정성을 들이려고 했다. 어떻게 해도 누가 된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누가 되지 않게 하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순신에 '진심'인 김한민 감독과 만난 후 박지환의 의지는 더욱 강해졌다. 그는 "한 달 반 정도 캐릭터를 위해 이곳저곳 돌아다녔는데 다른 캐릭터는 이렇게까지 하지는 않는다. 근데 나대용 역은 이렇게 하지 않으면 (실존 인물에게)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고, 또 김한민 감독을 이길 수 없다는 걸 알았다. 김한민 감독님의 사무실에 가면 이게 감독님의 사무실인지, 도깨비 사무실인지 모르겠다"고 웃었다.
이어 "김한민 감독과 호흡을 맞추고 연기하려면 진정성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무실을 보고 진심으로 이순신을 존경하고, 또 알리고 싶으신 분이라는 걸 알았다. 어떤 사명감이 느껴졌고, 그게 너무 훌륭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도 쉽게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순신 역의 박해일과 호흡한 것에 대해서는 "바위가 머리를 누르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며 "박해일 선배와 앉아서 대화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눈을 보고 소름이 끼치더라. 눈에 푸른 불 하나가 켜져 있는데 설명이 안 되는 어려운 감정이 들었다"며 "선배님과 만나는 장면마다 마음이 넘실대는 기운이 있었다. 저희 두 사람이 그 역할로서 교감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순신 장군에게 거북선 출정을 허락해 달라고 말하는 장면을 찍을 때는 몸이 계속 떨리더라. 당시 선배님의 촬영 분량이 먼저였는데, 선배님이 '얘 눈을 보니까 지금 찍어야 한다'고 말씀해 주셔서 저부터 찍었다"며 지문에는 눈물을 흘린다는 지문이 없었지만, 감정에 몰입해 저절로 눈물이 흘렀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그 장면을 컷하고 나니 감독님이 울고 계시더라. 당시 장군님들이 어떤 심정이었는지, 저희의 연기를 보고 찡했다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이렇듯 치열한 노력과 연구를 통해 캐릭터를 완성한 박지환은 영화 '범죄도시2',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영화 '한산: 용의 출현'까지 연달아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하며 자신의 연기력을 입증했다. 박지환은 "'범죄도시' 시리즈를 이어오며 장이수 이미지가 강했지만, 아쉽거나 힘들지 않았다. 끊임없이 변주를 주면서 보이지 않더라도 계속 씨앗을 심은 것 같다. 어느 순간 밭이 될 거라는 생각으로 말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범죄도시'는 감사한 작품이지만, 결국 제 배우 인생의 단 한 작품이다. 영화 한두 편 잘됐다고 벌써 취할 일은 아니다. 연달아 대박이라고 하지만 제가 한 건 없다. 연극을 할 때부터 작업 과정과 시작까지가 중요하고, 그 다음부터는 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실 저는 주인공들 옆에서 종이 한 장 들어준 것밖에 없다. 제가 많은 걸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광고계의 러브콜이 들어오는 등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제 것이 아닌데 이렇게 되는 상황에 두려운 마음을 가지고, 조심하려고 한다. 운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어떤 날은 무섭더라. 제가 영화를 6~7개월 찍고 '이렇게 쉽게 목돈을 받아도 되나?'싶은 마음이 들더라. 그래서 극단적으로 경계하고 있다. 통장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다. 내 통장에는 밥과 커피를 사 먹을 수 있고, 내가 원하는 곳에 갈 수 있는 기름값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살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박지환은 4등을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올림픽 경기를 보다가 '4등은 어떤 심정일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최선을 다했지만, 순위 안에 들지 못했고, 그럼에도 또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이 저 같은 소시민의 얼굴에 가깝다고 생각한다"며 "가장 살아있는 그런 인물에 관심이 많고, 또 그런 인물을 그려내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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