ペ・スジ「この役を逃したくなかっ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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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안 보여준 적 없던 새로운 모습을 원했고, 그렇기에 이 역할은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았다. 배우 수지는 20대의 끝자락에서 '안나'를 만났다.
29일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쿠팡플레이 시리즈 '안나'의 배우 수지와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안나'는 사소한 거짓말을 시작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게 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이야기로, 원작은 2017년 출간 당시 강력한 반전으로 호평을 받았던 정한아 작가의 장편소설 '친밀한 이방인'이다. 원작 소설의 설정을 바탕으로 '리플리 증후군'이라는 소재를 접목시켰다.
수지는 삶이 고단한 '유미'와 화려한 삶을 사는 '안나'까지 극과 극의 인생을 오가는 한 여자의 다층적인 변화를 섬세하고 밀도 높은 연기로 그려냈다. '건축학개론',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타트업'으로 '국민 첫사랑'이자 '청춘의 표상'으로 불리며 많은 사랑을 받아온 수지의 놀라운 연기 변신이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날 수지는 "'안나'를 보고 중요한 분들한테 연락이 많이 왔다. 재밌게 봤고, 다음 이야기에 대해 많이 물어보더라. 욕하는 사람도 많지만 그래도 유미의 편을 많이 들어줘서 감사하다"라며 "오랫동안 대본도 보고 했는데 완성된 모습을 보니까 연기했을 때의 그 마음도 떠오르면서 몰입해서 보는 것보다는 '저 때는 저렇게 할걸'하는 아쉬움이 많이 들더라. 근데 지인들이나 보신 분들이 좋다고 해주셔서 신기하고 좋다"고 말했다.
'안나'는 수지가 특히 욕심을 많이 낸 작품이라고. 그는 "뭔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망이 있었던 것 같고, 제가 지금껏 해왔던 연기 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이건 누가 봐도 욕심을 낼 만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뺏기지 말아야지'하는 마음도 있었다. 부담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더 열심히 했다"고 밝혔다.
첫 단독 주연을 맡은 만큼 부담감도 있었을 터. 그러나 수지는 자신의 연기에 더욱 집중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원래 어떤 작품을 하든 현장을 신경쓰고, 분위기를 신경쓰는데 오히려 이번 작품은 안 쓰려고 노력했다. 나에게만 집중하고자 했다"며 "기분 좋은 신이 많이 없기 때문에 조금만 기뻐도 표정에 그런 게 드러나더라. 그래서 유미의 감정만 신경쓰려고 노력을 했고, 현장에는 덜 신경쓰려고 노력했다. 그게 아직 좀 힘들기는 한데 유미처럼 나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 덕분인지 수지는 10대 후반부터 30대 후반까지 한 여자가 겪는 인생의 다층적인 상황과 '유미' 그리고 '안나' 두 개의 이름을 가진 인물의 복잡다단한 심리 변화를 치밀하게 표현하며 호평받고 있다. 치열한 노력의 결과다.
이날 수지는 "사람들은 모두 내면에 욕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부분이 현실적으로 다가왔고, 혼자만 할 것 같은 생각들이 밖으로 표현되니까 그 미묘한 순간들을 연기하는 게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저는 유미나 안나와는 다른 삶을 살았지만 제가 가진 불안들도 있고, 화도 많기 때문에 저도 유미를 이해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제가 이 일을 하면서 많은 불안을 겪고 화도 많이 겪는 것들을 깊이 연구하면서 표현하면 유미로서의 또 다른 분노와 불안들이 나올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특히 수지는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따라 인물의 심리 변화가 두드러지는 작품의 특성상 심리 전문가를 직접 만나 현실적으로 납득이 되는 캐릭터를 구축하기 위해 세세하게 상황별로 다양한 조언을 구했다고. 그는 "우울과 불안, 유미의 기본적인 상태에 대해 많은 자문을 받았고, 정말 보여지고 싶은 거에 많이 신경쓰는 사람들의 말투를 묻기도 했다"며 "제가 상담가님을 처음 만나는 날이라서 나름 보여지고 싶은 모습이 있는 것 같더라. 이런 모습도 어떻게 보면 안나가 가진 모습 중 하나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실제 내가 사람들한테 어떻게 보여지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도 많이 했고, 유미는 관찰을 많이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눈 깜박임도 신경을 많이 썼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안나'에서 유미와 안나를 연기하면서 자신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했다는 수지다. 그는 "유미에 이입해서 계속 생각해야 하는데 그런 순간들이 누구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저에 대해 더 알아갔던 것 같고, 안 쓰던 일기를 다시 쓰기 시작했다. '안나'의 입장에서 생각해 쓰기도 하고, 제가 느꼈던 감정들을 기록해두고 싶었다. 그것도 많은 도움이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대사보다는 표정으로 전달하는 연기가 많다. 그래서 상황을 계속 곱씹으려고 했다. 어떻게 보면 멍한 표정일 수도 있는데 끊임없이 생각을 했다. 표정에 감정이 잘 녹아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한 수지는 '안나'를 통해 약 150벌의 의상을 비롯한 다양한 헤어스타일, 노메이크업부터 화려한 화장까지 다채로운 변화를 꾀했다. 그는 "교복 연기도 전혀 어렵지 않았다. 감독님께 6세 유미도 할 수 있다고 할 정도였다"고 농담하며 "막상 입어보니 순조롭고 괜찮았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초반 의상은 화려하지만 조금은 촌스럽게 입었고, 갈수록 색을 덜 쓰면서 무채색의 고급스러운 옷을 많이 입으려고 했던 것 같다. 웨딩드레스는 대본에도 '여왕 같은 유미'라고 적혀있다. 피팅을 하면서 진짜 과한 걸 입자고 얘기했다. 남편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 결혼한다는 생각으로 아무도 안 입을 것 같은 화려한 드레스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안나'를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던 그의 목표는 이미 달성이 된 듯 보인다. 이렇듯 수지는 자신을 향한 호평에 대해서는 다소 어색하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앞으로 더 달릴 수 있는 원동력을 얻은 듯 했다. 수지는 "늘 새로운 작품을 할 때 이게 내 인생작이고, 인생 캐릭터라는 마음으로 한다. 이 작품을 욕심을 많이 냈고, 또 유미와 안나에 몰입해서 연기를 했기 때문에 '인생작을 만났다'는 칭찬이 너무 꿈 같고, 행복하고, '이렇게 좋은 반응이 나와도 되나'하는 과분한 마음까지 든다"며 "칭찬에 익숙하지 않은데 이번 칭찬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제 할 일을 묵묵히 잘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기 때문에 이 작품을 선택했는데, 그렇기에 저한테는 좀 더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던 소중한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 앞으로도 대본을 읽고 좋은데 과감한 변신을 해야 하는 역할이라도 망설이지 않고 할 것 같다"고 말했다.
20대의 끝자락, 새로운 얼굴로 찾아온 수지는 아직 보여준 모습보다 보여줄 모습이 더 많다. 수지는 "전 아직 20대의 끝자락이라는 생각이 안 드는데 요즘은 진짜 시간이 빠르다는 생각을 한다. 열심히 살았지만, 아쉬운 느낌이 많이 들더라. 30대에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거지만 좀 쉬면서 하고 싶다는 생각은 든다. 마냥 달리기만 하지 않는 30대를 보내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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