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성처럼 등장해 '발라드의 황제', '국민 가수'로 불리며 전 국민의 사랑을 받은 가수 신승훈이 어느덧 데뷔 30주년을 맞았다. 신승훈 하면 누군가에게는 '미소 속에 비친 그대'가, 또 누군가에게는 'I Believe'가 먼저 떠오를 수도 있을 만큼, 수많은 히트곡이 그가 지난 30년 동안 어떻게 음악을 해왔는지를 증명한다. 대중과 함께걸어온 그가 30년 동안 자신의 페르소나였던 '음악'과 다시 함께 돌아왔다.

신승훈은 지난 8일 오후 6시 각종 온라인 음원 사이트를 통해 데뷔 30주년 기념 스페셜 앨범 'My Personas'를 발매했다. 30주년을 기념하는 앨범인 만큼 신승훈하면 떠오르는 곡들로 가득 채웠다. 실험과 도전은 잠시 뒤로 미루고, 대중이 신승훈하면 기대하는 그러한 이미지들로만 꽉꽉 채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이번 인터뷰는 온라인으로 진행하게 됐다. 데뷔 30주년을 맞은 신승훈에게도, 기자들에게도 익숙하지 않은 환경임에 분명했다. 카메라와 모니터를 통해 서로의 얼굴은 바라보고 있지만 주고받는 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큰 아쉬움을 남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승훈은 라디오 DJ처럼 능수능란하게 이끌어나갔다.

"30주년 소감이요? 어떤 분들이 이런 이야기를 했었어요. 많은 분들이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하곤 하잖아요. 제가 데뷔 10년, 20년이 됐을 때에도 신승훈 음악의 반환점이 왔냐고 많이들 물어보셨는데 그때마다 제가 '왜?'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정말 반환점에 왔다고 생각이 들어요. 반환점까지 무사히 왔기 때문에 '저 지금까지 이런 사람이었습니다'라고 자축할 수도 있지만 앞으로 가야 할 길도 멀잖아요. 저는 오늘이 중요합니다. 계속 충실하게 달려가야죠."

나긋한 목소리로 30주년 기념 소감을 먼저 전한 그는 곧바로 "30주년을 기념해 제 대표곡을 꼽자면"이라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신승훈은 "다들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저는 데뷔곡 '미소 속에 비친 그대'가 제 대표곡인 것 같다. 그 곡이 있어서 지금까지 30년이란 세월 동안 음악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앨범에는 총 8곡이 수록됐다. 6곡은 신승훈이 만들었고, 2곡은 후배의 곡을 재해석해 불렀다. 앨범의 특징은 지난 30년의 세월이 느껴지기도, 한편으로는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앨범에는 지난 30년 세월의 흔적 없고 모두 신곡으로 가득 차있다. 그러나 그 신곡들은 모두 신승훈 하면 떠오르는 그런 이미지의 곡들이다.

"많은 대중 분들이 신승훈 하면 떠올리는 '신승훈 표 음악'을 수록했어요. 제 페르소나가 담긴 앨범이니까 그런 것들로만 했어요. 사실 저 지금까지 엄청 다양한 음악을 했거든요? 근데 사람들은 발라드를 부르는 신승훈을 기억해주시죠. 지금 보면 발라드와 저는 사랑하는 만큼 증오도 있는 애증의 관계입니다. 그래도 '발라드의 황제' 하면 신승훈이라는 건 좋아요."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은 두 곡이다. '여전히 헤어짐은 처음처럼 아파서'는 신승훈의 발라드를 5분으로 압축하여 표현한 곡이다. 이 곡이 이별 후 아파하는 마음을 남자의 입장을 담았다면 또 다른 타이틀곡 '그러자 우리'는 여자의 입장을 담은 만큼, 비슷하지만 감정선 등이 미세한 차이가 있다.

"자신감이 있어서 더블 타이틀곡으로 나선 것은 아닙니다. 회사에서도 크게 반대를 하면서 한 곡으로 가자고 했는데 조금이라도 더 알려졌으면 하는 제 마음에 두 곡을 타이틀로 선정하게 됐습니다. 특히 여기까지 오는데 팬분들의 사랑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만큼, 신승훈표 발라드를 꼭 먼저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수록곡들 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곡들이 있다. 우선 신승훈은 원우의 'Walking in the Rain', 더필름의 '사랑, 어른이 되는 것' 등 후배 싱어송라이터들의 숨은 명곡을 리메이크했다. 신승훈은 "숨은 명곡을 찾는 게 선배로서 해야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가요계 선배로서 음원 시장에 대해 느끼는 점을 이야기했다.

"지금은 앨범이 아니라 음원시장이죠. 요즘은 음악의 역할이 바쁜 일상생활 속에 흘러나오는 bgm인 것 같아요. 앨범을 기다렸다가 매장에 가서 사고, 설레는 마음으로 비닐을 뜯고, 좋으면 박수치고 기대에 못 미치면 돈 아깝다고 그런 과정도 없죠. 음원이 넘쳐나다 보니까 1년을 들어도 다 못들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우연히 듣다가 좋은 음악들은 메모해놓게 되는 습관이 생겼고, 원우와 더필름 노래를 듣고 이번에 부탁하게 됐어요."

그러면서 그는 몰라보게 발전한 한국 가요에 대해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이어갔다. 신승훈은 "요즘은 전문성이 강조됐다. 지금은 각 장르에서 전문적으로 잘하는 친구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예전처럼 손을 댈 수도, 그럴 여력조차 없다. 지금 한국의 가요는 전주만 들어선 팝인지 가요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수준이 많이 올라왔다"며 "여기에 방탄소년단부터 싸이까지 빌보드를 휩쓰는 가수까지 나왔다. 너무 자랑스럽다"고 했다.

신승훈 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를 피할 수 없었다. 올해 30주년 앨범 발매와 함께 콘서트 등 활발한 활동을 예고했었지만 대부분의 공연이 미뤄졌다. 신승훈은 "정말 열심히 준비했고, 해외 공연까지 준비하고 있었는데 아쉽다. 그러나 30년 가수의 가장 큰 장점은 대처능력"이라며 "전화위복이라 생각하고 콘서트 내용도 다 바꾸고 있다. 지금은 코로나19와 싸워서 누가 이기나 보자는 그런 느낌이다. 추후 열릴 공연 기대하셔도 좋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과 같이 전 세계가 힘든 시기에 음악이 사람들에게 위로와 힘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힘들면 찾게 되는 게 음악인 것 같아요. 물론 드라마 혹은 영화 등 다른 문화를 통해 위안을 찾으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시간을 길게 투자해야 하잖아요. 음악의 가장 큰 장점은 4분의 미학이라고 생각해요. 그 짧은 시간에 많은 게 담겨있죠. 시간이 짧아 영화만큼의 큰 감동은 당장 다가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음악이 담고 있는 힘은 모두가 알죠. 그래서 지금처럼 위로와 위안이 필요한 때 음악의 역할이 더욱 필요하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