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강소라(30)는 지난해 자신이 출연했던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감독 김유성)이 영화의 척도가 됐다고 소신을 밝혔다. 30대를 맞은 그는 자신이 편하게 할 수 있고,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작품을 골랐다. 그리고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오는 15일 개봉하는 영화 '해치지않아'는 망하기 일보 직전의 동물원 동산파크에 야심차게 원장으로 부임하게 된 변호사 태수(안재홍 분)와 팔려간 동물 대신 동물로 근무하게 된 직원들의 기상천외한 미션을 그린 이야기다.

강소라는 '해치지않아' 출연 계기에 대해 손재곤 감독을 꼽았다. 그는 "대본도 재밌었는데, 손재곤 감독님을 실제로 만나고 나니 믿음이 갔다. 감독님이 연출한 '이층의 악당', '달콤, 살벌한 연인'을 좋아했다. 제가 제안을 받았을 당시 (안)재홍씨, 박영규 선배님이 출연을 결정했다. 감독님 뿐만 아니라 재홍씨 팬이기도 해서 출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강소라는 '해치지않아'를 통해 평소 팬심을 드러냈던 안재홍과 처음 호흡을 맞췄다. 강소라가 생각하는 안재홍의 첫 인상은 어땠을까. 바로 '귀엽다'였다. 그는 "회식 자리에서 처음 만났다. (처음 봤을 때) 순진하고 순수한 느낌이었다. 연예인 같지 않았다. 이건 칭찬이다. 말수도 없고 낯가림이 심한데 편하게 잘 대해줬다. 그래서 '금방 친하게 지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해치지않아' 속에서 강소라는 사자의 탈을 쓰고 연기한다. 원래 강소라는 호랑이 탈을 쓰기로 했지만 사자로 변경됐다고. 그는 "촬영할 때는 탈이 무겁고 더워서 힘들었다. 지나고 보니까 제 인생에서 언제 이런 비싼 탈을 또 써보겠나 싶었다. 원래 사자가 아닌 호랑이 탈을 쓰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호랑이에게는 무늬가 있다 보니 사자 쪽이 실제에 가까운 퀄리티가 나올 수 있다고 해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강소라는 자신이 쓴 탈과 안재홍, 박영규, 김성오, 전여빈이 쓴 탈을 보기 전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다른 배우들에 비해 탈을 쓰고 편하게 연기를 했다고 했다. 그는 "생각보다 잘 나왔다. 동물들의 탈이 비싸다고 들었다. 실제 동물원에서 동물들을 다 보고 탈을 봤지만, 멀리서 보면 진짜 같았다. 저는 탈이 무거웠던 것만 빼면 편했었다. 물론 무릎을 꿇고 있어야 했기에 다리에 쥐가 나서 힘들긴 했었다"고 고백했다.

강소라는 극중 소원 역을 맡았다. 소원은 어린 시절부터 동산파크의 마스코트 북극곰 '까만코'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 곧 자신의 행복이라 여기는 동산파크의 수의사다. 강소라는 수의사 역할을 위해 전직 동물원 수의사이자 서울에서 병원을 개원한 수의사를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수의사를 찾아가 이것 저것 조언을 구했다. 물론 찾아볼 자료는 인터넷에도 많았다. 동물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배웠다"고 전했다.

30대를 맞은 강소라. 30대가 되고 나서 삶의 변화를 느꼈다고 했다. 그는 "오는 3월부터 독립을 한다. 가족과 거의 같이 살았다. 30대가 되니 예전보다 편해진 것 같다. 할 수 없는 것이어도 욕심으로 이것저것 정리가 안 됐다면 이제는 정리가 됐다. 예전보다 나라는 사람에 대해 알게 됐다. 내면적으로 20대보다 30대가 더 좋다. 20대에 비해 여유가 생겼다"고 미소 지었다.

강소라는 "예전에는 시간과 작품에 대한 조급함이 있었다. 이걸 하면 저걸 해야할 것 같고, 작품을 선택할 때 사람들이 싫어하거나 안 좋아하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나를 위해 살고 있다. 70~80세에 돌이켜볼 때 후회하지 않을까 했던 걸 그냥 지금 하자는 것이다. 체력이 되고 기회가 주어지고 선택권이 있는 시기는 지금 밖에 없다. 그걸 조금 더 누리고 싶다"고 말했다.

강소라에게 왜 갑작스럽게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그는 "1년 동안 쉬기만 했던 게 이번이 처음이었다. 여유를 갖고 쉬었던 것이 말이다. 그전에는 이런 걸 생각할 여지가 없었다. 촬영 때문에 미뤘던 광고 촬영을 해야 하거나 일이 많았다. 혼자 있는 시간이 3개월 정도 됐는데 그 마저도 일을 하면 여유라는 것이 있는 편이 아니었다. 밖에서 봤을 땐 제게 공백기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비는 시간이 없었다. 쉬면서 돌아볼 계기가 생겼다"고 털어놨다.

강소라는 지난해 자신이 출연했던 '자전차왕 엄복동'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자전차왕 엄복동'은 17만명이라는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참패를 맛 봤다. 이에 네티즌들은 '자전차왕 엄복동'을 줄여 'UBD'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17만명의 관객을 의미하는 척도로 조롱했다. 강소라는 이마저도 의의가 있었다고 했다. 그는 "UBD가 (영화의) 척도가 됐다. 이에 대해 의의 있게 생각한다. '해치지않아'가 잘 돼서 좋은 기준이 나왔으면 좋겠다. 이번 영화는 'HCA'"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강소라는 '자전차왕 엄복동'을 통해 참패의 맛을 봤지만, 흥행에 대한 욕심은 없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는 "내가 편하게 할 수 있는 작품이 무엇일까. 마음껏 뛰어놀 수 있고, 그렇게 할 수 있는 작품은 뭘까. 인위적으로 꾸미지 않아도 되는 등 이런 작품을 찾는 와중에 내게 기회가 왔다. 현장에서 재밌게 찍었고, 재밌게 즐겼다. 그래서 '영화가 되겠다', '아니다'라는 건 내게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도 그렇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