チョ・インソン インタビュ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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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성이 영화 '안시성'(감독 김광식) 출연을 결정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 거렸다. 당나라 대군에 맞서 고구려를 지켜낸 안시성 성주 양만춘과 어울릴지, 의아했던 탓이다. 조인성이 200억원이 넘는 제작비에 사실상 얼굴 역할을 해야 했을 터. 조인성도 그 부담과 무게, 사람들의 시선을 모르지 않았다.
결국 그는 이번에도 승부수를 던졌다. 어쩌면 조인성은 승부사다. 로맨스 연기로 이름을 얻었지만, 기대와 다른, 예상과 다른, 작품들에 계속 도전해 왔다. 조폭으로 출연한 '비열한 거리', 고려 사극에 동성애 연기를 했던 '쌍화점', 전역 이후 노희경 작가의 TV드라마를 거쳐 다시 정치 검사 이야기인 '더 킹'으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매번 모험이었다.
조인성의 승부수가 이번에도 통할지, '안시성' 개봉을 앞두고 만났다.
-'안시성'은 왜 했나.
▶이런 말 해도 되나 모르겠다. 사실 두 번 거절했다. 나 스스로 양만춘과 내가 어울리나 생각했다. 액션신도 너무 많고. 돈도 많이 들고. NEW에서 첫 제작하는 대작에. 같이 죽자는 이야기가 아닐까, 내가 왜 해야 하는지를 김광식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눴다. 김 감독님이 그런 내 이야기를 듣고 "너 아니면 안된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내 이야기들을 참조해 양만춘 캐릭터도 나에 맞게 바꿔주셨고. 결국 감독님과 잘 맞아서 하게 됐다. 고구려 이야기라는 것도 끌렸고. 뭐라서 안되고, 뭐라서 안하면, 결국 차 떼고 포 떼고 뭘 할 수 있나 싶었다. 해보자고 했다.
-김광식 감독은 '내 깡패 같은 애인'으로 주목받았지만 전작 '찌라시'는 흥행에 참패했다. '안시성' 같은 규모의 영화를 찍는다고 하면 감독의 경험을 아무래도 중요하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텐데.
▶감독님에게 실제로 그렇게 이야기도 했다. '찌라시' 흥행이 그랬잖아요란 말. 그리고 영화를 봤다. 흥행은 안됐지만 번뜩이는 게 있더라. 감독님께 이야기하진 않았지만 영화란 게 감독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부분이 있지 않았을까 싶더라. 그리고 워낙 '내 깡패 같은 애인'을 잘 봤다. '안시성'은 그런 드라마가 중요했고.
-'안시성'은 액션이 매우 중요한 영화다. 어떻게 준비했나.
▶프리 단계부터 할리우드처럼 시뮬레이션으로 영상 콘티를 다 만들어서 일일이 확인했다. 워낙 돈이 많이 드는 영화니 허투루 빠지지 않도록 콘티 작업을 철저하게 했다. 영상 콘티가 만들어지기 전까지 촬영을 안들어 갔다. 액션감독님의 액션합 연출, 김광식 감독님의 드라마 조합. 이런 걸 잘 연결하도록 사전 작업을 철저히 했다.
액션 연습은 3개월 동안 하고 리허설을 많이 했다. 박스로 토성 같이 세우고 적이 이쪽에서 오면 어떻게 한다는 식으로 합을 맞췄다. '비열한 거리'와 '쌍화점'에서 액션을 배웠기에 새로운 액션을 익힌다기 보다 합을 철저히 맞췄다.
-스스로도 양만춘에 어울릴까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기존의 장군상과 이미지가 차이가 날 뿐더러 목소리도 굵지 않고 하이톤이다. 이런 점은 어떻게 구상하고 어떻게 극복하려 했나.
▶결국은 이미지다. 스스로 고민해봤다. 내가 어렵고 카리스마가 있어서 무릎을 꿇는 사람들에 대해서. 법륜스님처럼 내가 존경하는 분들이 목소리가 굵거나 체구가 크거나 그렇진 않다. 배려와 생각의 깊이, 태도에 무릎을 꿇었다. 그런 덕목에 목소리가 있지는 않았다. 목소리가 굵고 카리스마가 있으면 좋지만 그렇지 않아도 나쁘진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 점에서 양만춘 캐릭터에 나를 많이 대입시켰다. 내 친구들, 동생들이 나를 좋아하고 "형이 하면 한다"고 한다면 내 어떤 부분이 그렇게 하게 되는 것일까 생각했다. 결국 공감이고, 형 같은 리더십이지 않나 생각했다. 양만춘에 그런 내 모습을 입히려 했다.
-양만춘과 관련한 기록이 별로 없다는 게 장점과 단점이 있었을 것 같은데. 만들어낼 수 있는 부분이 많은 반면 참고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을테니.
▶좋은 점을 생각했다. 기록이 없기에 이순신 장군님을 하는 것보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더 많을 것이라 생각했다. 대신 기준이 없는 게 애로 사항이었다. 그런 점은 감독님과 많이 이야기해서 형 같이 그리자고 했다.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촬영했다. 더울 때부터 추울 때까지 야외에서 찍었다. 쉽지 않았을텐데.
▶너무 더워지고 너무 추워져서 견딜 수 있는 선을 넘어선 느낌이었다. 촬영지인 보성이 겨울에 정말 바람이 많이 분다. 스카이캠이 바람에 흔들려서 촬영을 못할 정도였다. 더욱이 중요한 드라마를 1~15회차까지 몰아서 찍었다. 그리고 전쟁으로 들어갔다. 그게 스트레스를 많이 줬다. 감독님의 연출 스타일도 모르고, 배우들도 처음 만나 어색한 상태에서 드라마부터 찍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점점 서로를 알게 됐다. 배성우 형, 오대환 한 작품을 같이 했고, 박병은 형은 워낙 사람이 좋아 빨리 친해졌다. 남주혁과 설현, 엄태구와는 작품을 같이 하며 알아갔다. 주혁이는 영화가 처음이라 한 번 더 촬영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쭈뼛거리며 내게 이야기하곤 했다. 드라마에선 워낙 빨리 찍어야 하니 아무래도 그런 이야기를 하기가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런 부분에서 내가 브릿지 역할을 하곤 했다.
-조인성은 '안시성'에서 수염으로 얼굴 절반을 가린 채 등장한다. 반면 남주혁은 수염 하나 없이 잘생긴 외모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역이다. 남주혁을 보면서 이제 비주얼은 후배들의 몫으로 넘겨주고, 자신의 몫은 따로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나.
▶넘겨줘야죠. 넘겨주지 않아도 넘어가구요. 그건 당연한 것이다. 내가 조금 더 어려서 지금처럼 수염 분장을 했다면 어울리지 않았을 것이다. 눈빛도 달랐을테고. 내 몫이 따로 있고, 달라야 하는 건 당연하다. 마지막 전투에서 기미와 주근깨가 온 얼굴에 가득한데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며칠 동안 야외에서 전투를 하는 장면인 만큼 분장팀이 더더욱 신경을 썼다. 그게 영화에 맞는 것이니깐.
-수염 분장을 하면 대사 하기가 쉽지 않은데, 갑옷 무게도 상당 했을텐데. 성난 등 근육 장면도 있으니 운동도 해야 했을테고.
▶그래서 할 게 많았다. 수염을 붙이면 입에 자꾸 들어가 대사하기가 쉽지 않다. 10회차 정도 넘어가니 적응이 되더라. 그런 점에서 엄태구가 고생했다. 콧수염과 턱수염은 한번에 붙이는 거라 밥 먹을 때 떼면 된다. 그런데 태구는 더 사실처럼 보이려고 일일이 붙였다. 그렇게 하면 밥을 먹을 수가 없다. 그래서 태구는 밥을 안 먹었다. 나중에는 자기가 직접 수염을 길러서 오더라. 갑옷은 20㎏ 정도 됐다. 허리가 아파서 계속 진통제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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