パク・ジョンミン インタビュー
(全3ページ)
박정민이 '동주'에 이어 '변산'으로 이준익 감독과 다시 호흡을 맞췄다. 어느덧 그는 이준익 감독의 페르소나가 된 것 같다. 루저, 외톨이, 약한 자, 소외된 자, 그래도 희망을 찾는 자.
이준익 감독은 '변산'에 박정민을 그렇게 입혔다. '변산'은 '쇼 미 더 머니'에 6번 떨어진 무명 래퍼가 10년간 찾지 않았던 고향 변산에 돌아가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 박정민은 아버지와 불화하고, 고향을 지우고 싶고, 랩으로 자신을 토로하고 싶은 학수 역을 맡았다. 전작 '그것만이 내세상'과 또 다른 도전을 했다. 서번트 증후군인 천재 피아니스트를 연기했던 그는, 이번에는 랩으로 자신을 표현해야만 했다. 더 어려웠다고 했다. 박정민의 이야기를 들었다.
-'변산‘은 왜 했나.
▶재밌을 것 같았다. 시나리오를 읽기 전에 먼저 이준익 감독님에게 이런 영화를 기획하고 있다고 해서 호감이 있었다. 그러다가 시나리오를 받으러 감독님 사무실로 갔다. 그 때가 ‘그것만이 내세상’을 찍을 때였는데 스트레스로 너무 힘들었다. 연기에 연습에 고민이 많았다. 당시 이준익 감독님 만나서 영화 이야기는 안했다. 감독님이 “뭐가 그렇게 힘드니”라고 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 자체가 힐링이었다.
시나리오를 읽는데 너무 재밌더라. 평소 힙합을 좋아하기도 하고. 지금 아니면 이런 이야기를 못할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이준익 감독님 작품이기도 하고. 그래서 했다.
-익숙한 이야기다. 랩이 있을 뿐이지. 전형적인 이야기를 전형적이지 않게 풀어야 할 영화고. 어떤게 달랐다고 생각하나.
▶전혀 보지 못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호감을 주는 부분들이 많았다. 엉뚱한 친구들과 대사들이 무척 좋았다.
-랩은 어떻게 썼나.
▶원래 시나리오에는 랩이 없었다. 레퍼런스만 있었다. 랩은 얀키 형이 작업을 했다. ‘쇼 미 더 머니’ 1,2차 예선 랩을 녹음해놓고, 3차 예선 랩을 준비하고 있었다. 어머니에 관한 랩이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아무래도 학수의 마음은 내가 제일 잘 알테니, 내가 한 번 랩을 써보고 얀키 형이 봐주면 어떻겠냐고 했다. 그런데 그걸 잘 봐주셔서 하다 보니 2차 예선 랩만 빼고 다 내가 랩을 썼다. 그래서 2차 예선만 랩에 영어가 있고, 나머지는 영어가 없다. 한국 랩도 잘 못하는데 영어 랩은 정말 못하니깐.
-‘8마일’ 같은 래퍼 영화들은 참고를 했나.
▶정말 좋아하는 영화들이 많은데 일부러 더 안 봤다. ‘변산’과 그 영화들은 톤앤매너가 완전히 다르기에 괜히 영향 받아서 흉내를 내면 안 될 것 같았다. ‘변산’은 좀 더 촌스러워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그런 영화들에 영향을 받아서 촌스럽게 나오는 걸 못 받아들이면 괜히 감독님 탓을 할 것 같았다.
-감독이 힙합을 모르기에 박정민에게 힙합을 다 맡겼을텐데. 부담스럽진 않았나.
▶처음부터 감독님이 힙합을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했다. 감독님 스스로 그렇게 이야기했다. 그렇다고 나도 힙합을 좋아할 뿐이지, 나와는 전혀 다른 세상이니깐 모르는 건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감독님은 얀키 형에게 많은 부분을 맡겼다. 내게는 힙합을 하는 연기를 맡겼고. 무엇보다 감독님이 힙합을 모르는데 그건 이렇고, 저건 아니다, 이런 이야기를 안 해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모르는 건 모른다고 하시면서 완전히 믿고 맡겨주셨다.
-랩은 어떻게 연습했나.
▶촬영 3개월 전부터 연습했다. 그런데 내가 아무리 잘 한다고 해도 프로처럼은 안될 테니, 주로 감정과 딕션, 발성에 집중했다. 학수의 랩은 몰아치는 비트가 아니라 넉살의 ‘필라멘트’처럼 기교 보다는 자기를 그대로 표현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랩 연습이 ‘그것만이 내세상’ 피아노보다 고통스러웠다. 피아노는 아무리 내가 했다고 하지만 좀 더 잘치는 것처럼 보이도록 할 수 있는 방식이 있었다. 하지만 랩은 그럴 수가 없으니깐. 호기롭게 할 수 있다고 할 일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전라도 사투리는 어땠나.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서울에서 살다온 사람이니깐 늬앙스만 신경을 쓰면 될 것 같았다. 학수는 외롭고 동떨어지고 고향이 어색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섞이지 못하는 사람이고. 그래서 사투리를 덜 쓰기도 했다.
-보통 아버지와 불화를 겪고 떠난 아들, 힙합을 하는 루저, 이런 캐릭터는 거칠게 표현하기 마련인데, 그렇게 안했다. 어떻게 차별점을 두려 했나.
▶최대한 전형적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각 상대마다 다르게 반응하는 게, 관계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비추는 게 더 진짜 같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학수랑 나와 닮은 부분도 많아서 더 그렇게 하기도 했다.
(1/3ペー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