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양미라(34)는 요즘 JTBC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힙합의 민족' 시즌2(이하 '힙합의 민족2')에서 다크호스로 꼽힌다. 매 경연마다 일취월장하는 랩 실력으로 경쟁자들을 위협하고 있다.

20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패션 스튜디오에서 만난 양미라는 힙합 음악에 흠뻑 빠져 있었다. 인터뷰 전날에도 '힙합의 민족2' 경연 준비를 하느라 밤을 지새웠다는 그는 "'힙합의 민족'은 나에게 '힐링캠프' 같은 프로그램"이라고 환하게 웃었다.

지난 2010년 SBS 일일 드라마 '세 자매' 출연 이후 방송 활동이 뜸했던 양미라는 '힙합의 민족'을 통해 잃었던 자신감을 되찾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PD님도 내가 방송 초반이랑 지금이랑 인터뷰할 때 달라진 게 보인다고 하더라"고 흐뭇해 했다.

"과거엔 '멘탈'이 강하지 않았어요. '힙합의 민족'을 하면서 많이 강해졌죠. 힙합을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올 10월 '힙합의 민족2'에 양미라가 처음 등장했을 때 만해도 그의 선전을 기대한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양미라도 일찌감치 탈락을 예상했단다. 그는 "출연 당시 '20주년 자축하러 나왔다'고 한 말은 이미 떨어진 것 같아 쪽 팔려서 지어낸 얘기"라고 고백했다.

"원래 노래를 엄청나게 못해요. 가족끼리 노래방을 가도 고음이 나오면 동생 (양)은지에게 마이크를 주는 게 자연스러웠죠. '힙합의 민족'도 처음엔 배우 특집인 줄 알고 나갔어요. 일회성이어도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준비했죠. 리허설을 하는데 박광선, 다나 등 엄청난 가수 분들이 나와 있더군요. 순간 '아. 뭔가 낚였구나' 생각했죠. '난 웃음거리 용도구나. 오랜 만에 나와서 이용만 당하는구나'라고 느껴져서 서운했어요."

하지만 그녀는 래퍼 피타입, 한해가 속한 브랜뉴뮤직의 선택을 받아 당당히 '주연'으로 우뚝 섰다. 예상 밖의 결과에 브랜뉴뮤직의 대표 라이머의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을 정도. 하지만 양미라는 실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양미라는 "브랜뉴뮤직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며 "날 구원해준 사람들에게 보답해야겠다는 사명감을 안고 이 악물고 했다"고 말했다. 숨겨진 재능을 발견한 셈이다.

양미라는 '힙합의 민족'을 통해 'num'nah'라는 신곡 음원에도 참여했다. 대중을 향한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담은 가사와 몽환적인 래핑이 인상적인 노래다.

"나도 충분히 독특하고 좋아해 줄 수 있는 목소리를 가졌다는 것을 알았어요. '힙합의 민족'을 하면서 콤플렉스도 많이 깨지고, 위축돼 있던 것도 많이 풀어졌어요. 나에겐 예능 이상의 프로그램이에요."

양미라는 현재 '힙합의 민족'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한동안 두문불출하며 추억의 스타로 인식되던 찰나였다. 2000년 한 햄버거 CF를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던 그는 2006년 성형 논란에 시달리면서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당시 그의 나이 26살. 몰라보게 달리진 외모에 이질감을 느낀 네티즌들은 그에게 질타를 쏟아냈고, 양미라는 점점 활동이 뜸해지며 대중과 거리를 뒀다.

"이래 봬도 학교 다닐 때 모범생이었어요. 안 좋은 얘길 잘 들어본 적이 없다가 질책을 막 들으니까 방어 체계가 전혀 없었죠. 연예인은 낯짝이 두꺼워야 한다는데, 전 그렇지 못했어요. 당시 일이 많아서 지치기도 하고 도망가고 싶은 마음도 컸던 것 같아요."

지난 2013년 한양대학교 대학원에 입학한 양미라는 연기 공부에 전념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는 "대학 시절엔 일을 하느라 대학생 생활을 제대로 못 누렸다"며 "뒤늦게 대학원을 다니면서 대학생들이 하는 것들을 다 해본 것 같다"며 뿌듯해했다.

"강의실에서 밥도 시켜 먹고, 연극도 올리면서 여느 학생처럼 숨김없이 다 했어요. 예전엔 뭔가 위축돼서 잘 못했거든요. 당시엔 제가 연기에 소질이 있나 고민도 들고, 지쳤었는데 주위에서 많이 인정해주시니까 자신감도 다시 얻은 것 같았어요. 그렇지 않았다면 더 이상 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포기 했을지 몰라요."

지난 1997년 잠뱅이 모델 콘테스트로 연예계에 데뷔한 양미라는 이후 드라마 '대 박가족', '장길산', '어여쁜 당신', '세 자매' 등에 출연하며 연기자로서 입지를 다져갔다. 하지만 햄버거 CF 출연 당시 코믹한 이미지가 너무 강렬했던 탓에 여전히 '버거 소녀'로 기억되는 경우가 많다.

"'버거 소녀' 이미지를 탈피하고 싶어 고민하던 때도 있었지만, 나이가 30대를 훌쩍 넘기니까 나에게도 좋은 추억이고 향수가 됐어요. 3인칭 시점으로 보는 것처럼 이젠 제가 보기에도 귀여워요. '힙합의 민족' 경연곡에도 피타입이 '버거 소녀'에 대한 얘기를 썼더라고요. 싫었던 시절도 있었는데, 이젠 나의 20대 추억이라 복고 느낌도 나고, 엄청 귀엽게 느껴집니다."

그 사이 힘든 시련도 겪었지만 양미라는 꼭 필요했던 인생 경험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더 늦게 시련이 왔으면 금방 무너졌을 것"이라며 "면역력을 기르는 좋은 기회였다. 나쁜 것에 손대지 않고, 건강한 '멘탈'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가족들과 주변인들이 버텨준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최근 MBC에브리원 토크쇼 '비디오 스타'에 출연해 자신을 둘러싼 성형 수술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놔 주목을 받기도 했다. "코 수술이랑 시술을 받은 게 전부"라는 양미라는 출연 이후에도 네티즌들 사이에서 많은 말들이 오고 갔지만 굳이 해명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양미라는 "안 했다고 얘기해도 안 믿을 사람은 계속 안 믿는다"며 웃었다.

"마치 다 갈아 엎어 얼굴이 이상해진 애가 돼버려서 분하고 억울한 시절도 있었죠. 사진은 제가 봐도 이상할 때가 있어요. '안 믿을 거야'라고 작정한 사람들에게 말해도 소용 없어요. 하긴, 나도 다른 연예인이 아니라고 말하면 안 믿었으니까."

평소 댓글을 자주 보는 편이라고 밝힌 그는 악성 댓글(악플)에도 제법 의연해진 눈치였다.

"과거엔 댓글을 읽고도 안 읽은 척했어요. 이번에 달린 댓글을 보고 '힙합의 민족' 박준면, 강승현에게 댓글을 읽어봤다고 얘기하니까 '그런 걸 왜 잃냐'고 하더라고요.(웃음) 그런데 저도 모르게 얘기를 다 쏟아붓고 나니까, 한결 괜찮아졌어요. 혼자만 읽고 간직하던 것을 공유하니까 뭔가 응어리가 풀리는 기분이었어요. 이젠 악플을 봐도 그러려니 해요. 많이 의연해진 것 같아요."

양미라는 향 후 연기자로서 비상을 꿈꾸고 있다. '힙합의 민족'은 다시 출발선상에 선 그녀에게 그런 의미에서 큰 힘이 됐다고 했다. "랩을 통해 약점이 장점이 되는 드라마틱한 순간을 느꼈다"는 그는 "음악과 미술에 비하면 내가 생각보다 연기를 꽤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저는 저를 믿어요. 뭐하나 하면 알아서 잘 할 거에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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